인사이트
IT 스타트업 신입 면접 준비, 직무 역량부터 컬쳐핏까지
2023년 06월 12일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코드스테이츠 수료생 필진이 직접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수료생이 취업 준비를 하며 배운 점, 신입으로서 실무를 하며 느낀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못난이 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 어글리어스의 CX 매니저 김은미라고 합니다. 어글리어스를 운영하는 캐비지는 제가 네 번째로 안착한 회사예요.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이제 막 1년을 넘긴 사람치고는 회사가 자주 바뀐 편이죠. 캐비지 이전에는 내내 인턴으로 일했기는 해도, 경력 1년 이하의 신입으로서 네 곳의 회사에 최종 합격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위해 매번 서류부터 면접까지 온 마음을 다해왔다는 건 저만의 작은 자랑이에요.
취업 준비 과정 중에서도 면접은 특히 까다로웠죠. “대체 뭘 준비해 가야 하는 거지?”라는 막연함부터, “이렇게 대답하면 너무 신입 티가 나려나?”, “통째로 암기하는 게 맞는 걸까?”, “이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가 말문이 막히면 어쩌지?” 등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동동 떠다녔죠.
이 모든 고민의 원인은 결국 저에게 꼭 맞는 레퍼런스가 없다는 데 있었어요. 참고할 수 있는 면접 자료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맞춘 보편적인 팁에 그친다는 점이 아쉬웠죠. 최근의 스타트업에서 신입을 대상으로 어떻게 면접을 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있다고 해도 구글에서 간혹 검색되곤 하는 개개인의 면접 후기 글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요.
그렇지만 저는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했어요. 그래서 저는 서류 합격이 되는 족족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작정 면접 자리에 나서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설프고 허술하기만 했는데요. 그러나 덕분에 저는 “스타트업 면접은 이런 거구나”라는 점을 깨달으며 소중한 경험 자산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스타트업 면접의 문을 두드리고, 실패하고, 좌절하다가, 지금에 다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2021년 연말의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어리둥절’일 거예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을 당시 문예창작 전공인 제 주변에는 저와 같은 상황의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어요. 코로나19로 심각한 시기였기에 보통 어떻게 취업 준비에 돌입하는지 피부로 느끼기도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방구석에서 첫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때, 취업이라는 게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기초부터 스스로 익혀야 했어요. 게다가 제가 속해 있던 예술대학의 특성상 재학 중에는 취업과 관련된 정보에 노출될 기회가 타 학과에 비해 적었는데요. 대학교에 다닐 때도 선배나 동기들과도 취업을 주제로 대화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이에 모든 것이 더더욱 낯설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약 한 달 동안 나름의 공부를 마치고, 불확신이라는 토대 위에서 써 내린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이곳저곳 뿌리기 시작했죠. 예상했던 바이긴 했지만, 저에게 서류 합격의 기회까지 주는 회사는 아주 적었어요. 나름대로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회사들에 성심성의껏 서류를 작성해 지원했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때 제출했던 서류를 다시 보니 제가 탈락한 이유가 너무나도 선명하기는 하더라고요. 서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해요.
위 사진과 같이 힘겨운 시간이 6개월 넘게 이어지던 중, 감사하게도 저의 서류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엿보신 것인지 세 곳의 회사에서 1차 면접의 기회를 주셨어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 세 곳 모두에서 1차 면접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몇 달 뒤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취업 교육을 찾아 코드스테이츠 PM 부트캠프를 시작하게 됐고, 2023년 현재는 진심으로 공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기는 하지만요.)
– 면접에서 반드시 들통나는 것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명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주니어는 많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일단 되는 대로 지원하기도 바쁜 게 현실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나를 불러 주는 회사’가 내가 가야 할 곳이라고 정의하기 십상이죠. 그러나 상대적으로 밑천이 부족한 때에도 나만의 방향을 추구하는 건 필요해요. 게다가 스타트업에서는 과거의 제가 시도했던 것과 같은 서류 뿌리기 전략, 즉 소위 ‘양치기’라고 부르는 전략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단,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 팁은 최소 서류 제출을 5회 이상 경험해 보신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취업 준비 경험이 전혀 없다면, 우선은 허들을 다소 낮추어 여러 곳에 지원하면서 서류 및 면접 전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취업 준비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전형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저의 경우에는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1차 면접 세 개가 잡혔고, 그와 동시에 다른 회사들에도 서류를 제출해야 했어요. 처음 겪는 상황에 머리가 어지러웠죠.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면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더 집중해야 할 회사를 정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나는 어디를 향해 가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했죠.
그러나 2021년의 저는 그 질문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예상 질문과 면접 답변을 암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두 예상한 다음, 이에 막힘없이 대답했을 때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했었죠. 실제로 제가 살펴봤던 자료들에서는 그와 같은 방법이 면접 합격의 핵심이라고 말하고도 있었어요. (참고로 그때 참고한 자료는 대학교 취업 센터에서 전형적인 ‘대기업 공채 면접’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오래된 책자였어요.)
한편으론 시간을 갖고 차분히 고민할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는 원인도 있었어요.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준비해 나가며 느낀 불안감 때문이었죠. 제가 그 질문에 대답을 내놓기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한 좋지 못한 결과는 앞서 말한 기업들의 1차 면접 자리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이 ‘좋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하게 설명할게요.)
왜 스타트업 채용에서는 ‘양치기’가 잘 먹히지 않을까요? 스타트업은 비전과 미션에 의해 재빠르게 움직이며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남들보다 앞서 달리고, 뾰족한 전략을 세우는 스타트업이 되려면 마치 밤하늘의 북극성과도 같은 명확한 방향 설정이 우선시되어야 해요. 자신들의 프로덕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또렷한 대답을 내놓을수록 그 스타트업의 원동력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스타트업은 매우 불안정하며 불확실한 조직입니다. 자금은 부족하고, 앞날은 불투명하고, 시장 상황은 밥 먹듯 바뀌죠. 따라서 이 파란만장한 여정에 함께 할 사람을 구할 때 “우리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인가?”가 매우 중요한 평가의 척도가 됩니다. 더욱이 신입을 뽑을 때는 실무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결국에는 그 사람 개인의 비전과 미션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만약 제가 2021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이런저런 회사들 수십 곳에 지원서를 돌리며 체력을 소모하는 대신 저와 똑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는 회사들을 리스트업하는 데 시간을 쏟을 것 같아요. 근시적인 목표 하나하나까지 완벽히 일치할 순 없겠죠. 그러나 적어도 동서남북 중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지 파악하고, 그 여정에서 제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때야 지원을 결심할 것 같습니다.
신입으로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존감이 떨어져 “내가 뭐라고 회사를 따져서 지원하냐”라며 ‘양치기’만을 반복하고 싶은 욕구가 심해질 텐데요.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신입일수록 이 북극성 하나만큼은 지원할 회사를 고르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한 고민을 거치지 않더라도 서류까지는 합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면접으로 넘어가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와 회사의 북극성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판별하는 데 썼던 방법으로는 크게 기업 홈페이지, 채용 공고, 콘텐츠 채널(ex. 언론 기사, 유튜브, SNS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웬만큼 규모가 크지 않은 이상 기업 정보 조회 사이트(ex. 전자공시시스템, 중소기업 현황정보 시스템 등)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에 흩어진 정보를 최대한 긁어모아도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였죠. 그러나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기업 홈페이지와 채용 공고에서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 기업인지, 그래서 과거에는 이런 걸 했으며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밝혀둡니다.
여기에 더해 프로덕트, 경영진, 사원 등에 대한 콘텐츠를 참고하면 해당 스타트업의 북극성에 대한 정보가 한층 뚜렷해집니다. 스타트업에서 홍보 차원으로 직접 뿌린 언론 기사든, 투자사에서 갖고 있는 자료든, 그 기업의 사원이 개인 블로그에 연재한 커리어 콘텐츠든 다 읽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기업 리뷰 서비스 잡플래닛,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비즈니스 소셜 미디어 링크드인처럼 자그마한 단서를 발견하기 좋은 플랫폼들이 많으니까요. 만약 이 과정을 밟아가던 중 설렘이나 열정보다는 귀찮음이 앞선다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자신이 이 스타트업의 여정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다 해도 문제 될 건 없어요. 나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다른 스타트업을 찾아 나서면 되니까요.
이제부터는 제가 1차 면접과 2차 면접을 각각 어떻게 준비했는지 말씀드릴게요. 기업마다 전형의 내용, 목적,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면접 전형은 크게 1차 면접과 2차 면접으로 나뉘어요. 그중 1차 면접에서는 직무 수행 능력을 주로 살피게 됩니다. 저는 기획 직무였기 때문에 제가 서류에 적어낸 프로젝트, 대외활동, 동아리 등 경험들에 대해 묻는 질문이 다수였어요. 직접 그 일들을 경험한 것이 맞는지,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어떤 지식과 기술을 활용했는지 등 소프트 스킬에 관해 질문받았어요.
기업에서 해당 직군의 채용 공고를 낸 건 맡기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1차적으로 기업에서 주어지는 일을 원활하게 수행해 낼 능력이 있는지가 확인되어야 이후 전형이 진행될 수 있는 것입니다.
2021년의 저에게 1차 면접의 기회를 준 회사 세 곳은 레스토랑 예약 솔루션, 패션 플랫폼의 물류 전문 자회사, 자기 계발 교육 플랫폼이었는데요. 화상 면접의 화면 너머로도 저의 서툶이 느껴진 것인지, 면접이 끝난 직후 각 회사의 면접관들은 저에게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겨 주었어요.
이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저는 면접관들에게 제가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각각의 피드백을 뜯어 보면 당시의 저는 역량, 성과, 진정성이 불확실한 사람으로 비친 것이었죠. 뼈아픈 피드백이었지만, 이때의 평가는 제가 앞으로 어떤 스킬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실마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여러분도 면접을 볼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면 면접관의 스쳐 지나가는 피드백을 꼭 붙잡기를 바라요.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회가 있을 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면서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유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1차 면접에서 면접관에게 확신을 주고 싶은 마음에 무엇이든 ‘할 줄 안다’고 말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해당 직무에 간절할수록 모든 질문에 ‘YES’라고 대답하고 싶어질 거예요. 실제로 내가 느끼기에는 면접관이 물어보는 일들을 무난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 테고요. 그런데 면접관으로 자리한 실무자들은 신입 지원자 입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대답을 대단히 경계합니다.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갸우뚱거릴 수 있어요. 몇 차례 더 질문을 거치거나, 대화를 이어가면서 확신이 들 때야 지원자의 답변을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신입 지원자에게서는 실무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기가 어렵죠. 이에 면접관들은 자기 눈앞의 지원자가 회사에서 바라는 모든 과업 전부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합니다. 그러나 아직 면접에 서툰 지원자들은 뭐든지 다 할 줄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면접관이 묻는 말에 ‘못 한다’고 대답하면 마치 큰일이 날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치명적인 직무 역량 상의 결함이 아니라면 “잘 모릅니다”, “해 본 적 없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낫습니다.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어차피 완벽한 신입 지원자란 존재할 수가 없다고 가정한 채 면접에 임하기 때문이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면 그 역량을 길러서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니까요.
따라서 담백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변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신입의 자세로 비칠 거예요. 특히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 지원금, 도서 지원비 등의 복지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개인의 적극적인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고 있기에, 이처럼 현재의 개선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앞으로의 노력을 계획하는 모습은 효과적으로 각인될 것입니다.
1차 면접과 달리 2차 면접에서는 “우리 회사의 여정에 동승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미 서류와 1차 면접을 거치며 많은 부분이 검증되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어떤 과업을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2차 면접에서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2차 면접의 면접관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지점들을 궁금해하죠.
스타트업의 입사 전형에서는 이를 ‘컬쳐핏’을 확인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업무 능력은 이미 앞선 전형에서 확인했으니, 최종적으로 이 회사와 지원자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죠. 따라서 2차 면접은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정이에요. 지원자의 능력이 뛰어난 것과는 별개로, 회사와 개인이 추구하는 바가 전혀 다르거나, 회사의 방향성에 공감할 수 없거나,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는다면 회사에서의 그 어느 것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2차 면접은 준비한다고 잘 볼 수 있는 게 아니라거나 아무런 대비 없이 참석해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는 듯해요. 그런데 저는 최소한 어떤 마인드셋으로 2차 면접에 임할 것인지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효과적이면서도 간단한 방식으로 2차 면접 직전의 마음가짐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엔드 픽처’를 그려 보는 것이었죠.
이전에 다른 자기 계발서에서 이 방법을 접하고 활용해 오고 있었는데요. 최근 『일 잘하고 잘 사는 삶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이를 엔드 픽처라는 개념으로 정의한 내용을 발견했어요.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는 “현실에서 좋은 장면을 발견할 때면 그 장면이 반복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자신이 일을 계속하는 용기를 얻는 원천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엔드 픽처는 자신이 일을 하면서 어떤 장면을 보고 싶은 강한 열망을 여러 감각을 동원하여 상상해 보는 것을 의미해요. 그렇게 구체적으로 먼 미래를 상상해 보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더더욱 깊이 고민할 수 있습니다.
2차 면접에 대입해 보자면 “내가 왜 많은 회사 중 왜 하필 이 회사에 함께해야 하나?”, “이 회사에서 이 일을 왜 해야만 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진지하게 던져 볼 수가 있겠죠. 엔드 픽처를 설명하며 조소담 대표는 “이런 구체적인 상상은 힘이 세서, 이야기가 되고 나 자신은 물로 다른 사람도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어요. 끝끝내 자신이 어떤 장면을 마주하고 싶은지가 정해지고 나면 지원하고자 하는 스타트업과 함께해야만 하는 이유는 더더욱 명확해질 거예요.
– 사소하고 결정적인 질문들
지금까지 주로 2021년의 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마지막으로는 불과 몇 달 전 경험했던 2차 면접을 들어 작은 꿀팁을 남겨 보려고 해요.
1차든 2차든 면접에서 오가는 모든 질문과 답변이 똑같은 무게감으로 진행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질문은 매우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반면, 어떤 질문은 긴장감을 풀거나 한 박자 쉬어가기 위해 던져지기도 하죠.
캐비지의 마지막 채용 전형이었던 2차 인터뷰에서 저는 어글리어스의 크루분들과 서로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알아가려 하고,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그려 보며 즐겁게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약 50분 정도 지났을 무렵, 한 분이 저에게 “장을 어디서 보세요?”라는 질문을 주셨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지만,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을 떠올리면 되었기에 “아파트 단지에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시장에서 봐요!”라고 답했어요. 이에 다른 분들도 흥미를 갖고 “주로 어떤 채소를 구매하세요?”, “어떻게 요리해서 드세요?”와 같은 꼬리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저 역시 제가 채소를 구매했던 일상 속 경험을 전달해 드리면서 신이 나서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게 됐죠.
어글리어스는 맛이나 영양은 다를 바 없지만 모양이 개성 있다는 이유로 판로를 찾지 못한 농산물을 구출하는 서비스인 만큼, 시장 보기, 요리 등의 고객들의 일상 속 행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판에 박힌 면접 대신 진정한 의미의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와 기업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캐비지 외에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와 같은 방식과 목적의 2차 면접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저 역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다른 면접들에서 비슷한 경험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 2차 면접에서는 면접관의 모든 말을 진중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서로 추구하는 바가 맞는지 핏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것을 상기하여 긴장감을 조금은 내려놓고 임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커리어의 첫발을 떼고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 글을 통해 스타트업 신입 면접에 대한 감을 조금이나마 익히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면접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원자와 기업이 서로의 적합성을 확인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자신을 소개하는 동시에, 지원하려는 회사의 가치와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보는 모든 분께 최종 합격의 행운을 빕니다!
글 김은미 CX Manager (PM 부트캠프)
주식회사 캐비지(어글리어스)에서 ‘벅차오름’의 가치를 믿는 CX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안녕을 책임지는 파수꾼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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